갤러리 오프라인 · 개인전 · 2026. 9. 12 – 11. 2

殘光잔광, 꺼진 화면들을 위한 여덟 개의 방

한새벽 사진전 · 온라인 뷰잉룸

작가한새벽 b. 1994
매체디지털 C-프린트 연작
작품8점 · 8개의 방
관람료없음
큐레이터 서문 · 정한물

"화면은 꺼진 뒤에도 0.3초 동안 빛난다. 이 전시의 여덟 방은 전부 그 0.3초를 늘여 놓은 방들이다."

한새벽은 켜진 화면을 찍지 않는다. 그의 카메라는 언제나 꺼지는 순간, 꺼진 직후, 꺼진 지 오래된 화면들을 향한다. 잠들지 못한 방의 모니터, 눌어붙은 창의 유령, 죽은 픽셀, 방송이 끝난 채널. 전부 화면이 무언가를 그만두는 순간의 빛이다.

관람자에게 한 가지를 부탁한다. 이 뷰잉룸에서 작품 위에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. 설명이 필요한 자리에는 설명의 벽을 따로 세웠고, 만질 수 있는 것은 전부 작품 옆에 두었다. 작품은 작품의 벽에, 말은 말의 벽에, 도구는 도구의 자리에. 그것이 이 갤러리의 유일한 규칙이다.

정한물큐레이터, 갤러리 오프라인 (가상)
복도 · 첫 번째 방으로 문을 연다 →
방 1
새벽 네 시의 모니터. 어두운 방에서 홀로 빛나는 모니터

새벽 네 시의 모니터

2024 · 디지털 C-프린트

잠이 오지 않는 방에서 모니터만 깨어 있다. 화면 한가운데의 흐린 백열은 아무 창도 띄우지 않은 바탕화면의 빛이다. 연작의 첫 작품.

노출 · 어둠을 살펴보기 (기본값 = 원본)
방 2
주사선 연습 I. CRT 서브픽셀 접사

주사선 연습 I

2024 · 디지털 C-프린트

브라운관의 주사선을 접사로 받아 적었다. 작가는 이 작품을 "필사"라고 부른다. 기계의 획순을 따라 쓴 것. 마우스를 올리면 돋보기가 획을 따라온다.

방 3

번인 Burn-in

2025 · 디지털 C-프린트

번인. 꺼진 브라운관에 눌어붙은 창들의 잔상

같은 창을 너무 오래 띄워두면 화면에 유령이 눌어붙는다. 분할선을 끌어 화면을 밝혀 보라. 밝힌 쪽에도 유령은 그대로 있다. 지워지지 않아서 잔상이다.

방 4
데드픽셀 성좌. 검은 패널 위 죽은 픽셀들의 별자리

데드픽셀 성좌

2025 · 디지털 C-프린트

죽은 픽셀은 수리 대상이지만, 작가는 그것들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었다. 고장의 지도가 그대로 밤하늘이 된다.

관측 기록 (마커에 손을 올려 보라)
방 5

마지막 프레임

2025 · 디지털 C-프린트

마지막 프레임. 방송이 끝난 채널의 컬러바

방송이 끝난 채널의 컬러바.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만 송출되던, 방송국의 잠옷 같은 화면.

방 6
전원이 나간 방. 거의 검은 화면에 비친 방의 온도

전원이 나간 방

2026 · 디지털 C-프린트

거의 완전한 검정. 그러나 완전하지는 않다. 이 작품 앞에서는 오래 서 있을수록 더 많이 보인다.

암순응 (기본값 = 원본)
방 7
부팅의 기억. 어두운 CRT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의 빛

부팅의 기억

2026 · 디지털 C-프린트

어릴 적 컴퓨터가 켜지는 데는 2분이 걸렸고, 그 2분의 로딩 바는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.

부팅 재연 (12초 압축본)
0%

방 8 · 조명의 방 · 대표작
잔광 殘光. 전원이 끊긴 직후, 화면 중앙에 남은 인광 블룸

殘光 잔광

2026 · 디지털 C-프린트 · 가변 크기

"내가 찍은 것 중 가장 느린 사진." (작가 노트, 가상) 전원이 끊긴 직후의 0.3초. 형광물질이 빛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시간.

끝까지 밀면 조명이 꺼진다. 잔광만 남는다.
밀어서 전원 끄기
작가 일지 발췌
2024. 11. 3

꺼진 화면만 찍은 지 1년. 오늘 처음으로 "연작"이라는 말을 썼다. 아무도 웃지 않았다.

2025. 4. 19

《번인》 작업 중. 잔상을 찍는 건데 자꾸 닦게 된다. 지워지지 않아서 잔상인데.

2026. 1. 7

갤러리에서 연락. "켜진 화면 사진은 없나요?" 없다고 답장을 쓰다가 지웠다.

2026. 7. 30

여덟 번째 방을 닫았다. 이제 화면을 꺼도 된다.

주사선 연습 I 부분 재게. 일지 시기의 작업
《주사선 연습 I》 부분 재게 · "필사"라고 부르던 무렵 (2024. 11)

발췌 · 전문 비공개 (이 일지 역시 픽션이다)

한새벽은.
이것이 첫 전시다.

1994년 대전 출생. 컴퓨터공학을 중퇴하고 웹 퍼블리셔로 6년을 일했다. 2023년부터 꺼진 화면 연작. 개인전 《잔광》(2026, 갤러리 오프라인)이 첫 전시다.

주소가 없다. 갤러리 오프라인은 주소가 없는 갤러리다. 이 페이지가 전시장이다.

작품 위에 글자가 없다. 설명은 설명의 벽에, 도구는 도구의 자리에 있다.

방명록이 없다. 문의도 없다. 조용히 보고 조용히 나가면 된다.